현대건기가 중고건기 경매장을 연다. 정기적으로 개설할지는 불확실하지만, 거의 확정적이라니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내수시장 공급과잉으로 수급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고, 정부와 관련업계간 공방 또한 거셌기 때문이다.
현대건기는 오는 26일 충북 음성의 부품센터 내 5만 여 평방미터 부지에 중고건기 경매장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첫 행사에서 149대의 상품을 내놓는다. 자사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타사와 개인 매매업자 매물도 일부 나온다고 한다. 1백만원 보증금에 회원 등록하면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완성건기 제조(판매)사가 신제품을 팔며 대차로 구매한 중고품을 판매하는 것이니 그리 새로울 건 없는 일이다. 매입 중고품이 싸이면 경매장을 열고 없으면 안할 테니까. 하지만 년 4회 경매장을 정기적으로 열 게 확실시 된다는 얘기가 들리는 걸 보면, 새 중고건기 매매문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굴지 제조사가 여는 경매장이니 정비품질은 확실하게 보장하지 않겠냐는 긍정론이 나오고 있다. 다른 제조사들도 이 회사의 성과를 보고 괜찮으면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조사가 중고매매업계를 흔들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경매장 개설은 내수 뿐 아니라 해외 바이어를 불러들일 수 있고, 중고건기 수출의 계기가 될 거란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공급과잉 국내 대여시장의 한 탈출구로 중고건기 수출이 거론돼 왔기에 더더욱 그렇다.
국토부는 건기 수급조절 논의 때마다 굴삭기를 제외시키며 회유책으로 중고건기 수출을 거론해왔다. 2013년, 그리고 2016년 두 번에 걸쳐 관련 TF가 결성됐다.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수출 가능성을 검토하며 현지실사 등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했다. 국토부와 협의 하에 공법단체에 관련 기구가 들어서고 민간에서 관련 협동조합까지 결성됐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빈수레였다. 두 번의 TF 모두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공법단체 기구도 민간 협동조합도 사실상 문을 닫았다.
중고건기 수출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인 모양이다. 최근 몇 년 실적을 분석해보니 베트남과 파키스탄에 수출되는 것 말고 미미했다. 동남아가 거의 유일한 수출 희망지인데, 중국 신제품을 다른 나라 중고품 수준으로 구매한다니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중고건기 수출은 중요하다. 자원재활용 차원에서 봐도 그렇고, 국내 공급과잉 건기업계의 숨통을 트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일본처럼 민관이 머리를 맞대 보다 정교하게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내 건기공급량을 정확하게 확인, 여타 해결책을 하나하나 모색해가는 노력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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